작년 12월 3일 밤의 비상계엄은 그야말로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힘으로 내란에 맞선 결과, 12·3 내란 이후 123일이 되는 내일, 우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탄핵 선고 지연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내란의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정치적 갈등의 골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습니다. 87년 6월 민주열사들이 피를 흘리며 쟁취한 헌법 수호 기관인 헌법재판소에 대한 신뢰는 크게 실추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있는 이곳 북촌에서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이 혼란이 특히 극심합니다. 본격적인 탄핵 정국이 시작된 이후부터 집회·시위가 끝없이 열리고 있습니다. 경찰 버스 차벽과 바리케이드 없는 안국역은 이제 어색할 정도입니다. 일부 과격한 (극우) 시위자들은 행인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고, 심지어 국민이 직접 선출한 우리의 대변인, 국회의원에게도 위협을 가했습니다.
저는 북촌에서 학교를 다니고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원하든 원치 않든 헌법재판소 인근을 자주 지납니다. 과격 집회가 보일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는 녹취를 그만하고 싶습니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와 같은 협박성 발언이나 확성기를 통해 들리는 욕설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습니다. 학교의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선생님들께 연락하라’는 공지를 이제는 그만 보고 싶습니다. 길을 가다가 경찰에 그만 제지당하고 싶습니다.
헌법재판소에 촉구합니다. 전원일치가 아닐 경우 정당성을 근거로 불복할 가능성이 계속해서 제기됩니다. 헌법재판소, 인근 초·중·고생과 교직원, 북촌의 주민과 상인, 직장인 등을 비롯한 북촌 공동체를 더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지 말아 주십시오.
북촌에는 평화를, 시민들에게는 안전을,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민주주의를 되찾아 주십시오. 이를 확실히 할 수 있는 길은 8:0 전원일치 인용의 결과뿐입니다.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명령합니다. 또다시 민중의 힘으로 지켜낸 민주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십시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8대 0으로 파면하십시오.
2025. 04. 03.
북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고등학생 연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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